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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on

창업일기 (11/2)

질문 1. 피봇팅(pivot)을 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창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템의 부분적인 수정은 너무나도 불가피하다. 처음부터 모두가 원하는 완벽한 아이템을 만들기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타이밍에 수정을 해야할까?

사업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아이템에 엄청난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아이템 개발에만 그렇게 신경을 쓰다보면 확증편향적 사고를 할 수 밖에 없게된다.

‘보고싶은 것만 보게된다.’

아이템의 개발이, 아이템의 시장진입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객관적으로 알기란 그렇게 어렵다. 그만큼 피봇팅을 진행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정신이 필요한 일이다.

사실 우리 아이템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피봇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려가 있기도 하다. 우리 아이템은 초기아이디어 개발 단계에서 아주 부분적인 수정만 있어왔을 뿐, 큰 변화가 없었다. 그 말은 우리가 잘 가고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피봇팅을 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시도하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피봇팅을 감행하기까지,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이며,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쉐코의 권기성 대표는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첫째도 시장이고, 둘째도 시장입니다.” 처음듣는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대답을 들은 순간이 강연에서 가장 내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사실 나는 시장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기성 대표는 이어 “해외 시장규모 최소 100조원, 국내 시장규모 최소 1조원의 시장이어야 합니다.” 듣고보니 양성구 교수님께서도 일전에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씀하신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템의 피봇팅은 시장규모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목표시장으로 잡았던 습관앱시장의 경우 국내 최대 기업인 넛지헬스케어의 2021년 매출액이 464억 원에 달했다. 또한 2022년 현재 3분기까지 누적 5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헬스케어 플랫폼 시장의 전망 또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규모의 가능성을 볼 때, 지금 당장의 피봇팅을 진행하기에는 근거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질문 2. 창업가님에게 있어 사업을 진행할 때 지키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인가?

놀랍게도 바로 ‘종교’였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가 외면적인 회사의 성장, 투자규모 등이 아닌, 내면에서 찾는 것에서 인상깊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신께서 진행하신 일입니다.” → 처음 듣고는 이 부분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요새 탈종교를 외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아주 보편적인 진리는 아닌 것으로 다가왔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모두에게 보편적인 필요가 있는가?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멘탈관리이다. 무엇을 하든 나의 멘탈관리를 통해 사업에 이로움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나의 몸과 마음을, 그리고 주변인을 해하는 악의 것이 되면 안될 것이다. 대표는 항상 자신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회사의 성장동력와 직결된다.

‘내가 한 것이 아니기에, 나의 뒤에는 항상 신이 함께한다.’라는 말과 함께 대표는 엄청난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 또한 사업을 준비하는 내게 큰 귀감이 되는 말이었다. 모든 것을 나의 공으로 돌리는 순간, 같이하는 이들을 하대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사업의 국면도 어렵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나의 전적인 책임이 될 것이며, 대표는 그 수렁에서 자신이 하대했던 이들에게 그제서야 손을 벌리게 될 것이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친 내면을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얘기다.

 

질문 3. 무엇이 당신을 창업으로 이끄는가?

권기성 대표는 ‘재미없고 고리타분할 수는 있지만, 저는 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꿈은 모든 일을 하게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일을 하게하는 원동력에 대해 권기성 대표는 강조했고, 자신의 꿈이 그 창업에 대한 열정을 더 타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내게 묻는다. 나는 왜 창업을 꿈꾸는가? 왜 하드웨어기기와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해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가?

나는 나의 생각과 행동으로 사회에 아주 좁쌀만큼의 선한 영향력이라도 끼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가설을 입증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에는 이전에 준비했던 사회적 책임 투자, 임팩트 투자가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투자의 일은 종국에 ‘조력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내가 세운 가설은 내가 ‘직접’ 증명해야 영향력을 더욱 크게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회에 이로운 힘을 주기 위해 창업을 한다.

이것이 내가 창업에 계속해서 열정을 주는 원동력이 되기에 적합한가?

지금까지는 그런 것 같다.